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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회상기 - 한 지식인의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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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기 - 10점
유종호 지음/현대문학

해방 전후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복원시키는 
한 지식인의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
-『나의 해방 전후』 『그 겨울 그리고 가을』에 이은 『회상기』


2015년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현대문학』에 절찬 연재되었던 유종호의 장편 에세이 『회상기-나의 1950년』이 출간되었다. 『나의 해방 전후』, 『그 겨울 그리고 가을-나의 1951년』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인 이 책은 출간 순서로는 세 번째이지만 연대순으로는 1941년에서 1949년까지의 기록인 『나의 해방 전후』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1950년 여름 두 달과 가을에 보고 듣고 겪은 나라의 뒤숭숭한 불안과 공포의 시기를 가감 없이 적은 이 글은, 수많은 개인 경험의 하나일 뿐이지만 그 시대를 상상하는 데 조그만 기여가 되기를 바라며 ‘전쟁의 상흔이란 규격화된 상투어로 일괄 처리되는 개개 인간의 불행과 고뇌’를 재확인하기 위해 쓴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해방 전후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복원시킨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물론이고 경험치 못한 세대들에게도 시간을 초월한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충북 충주읍 변두리 소재 용산리에 전쟁의 소식이 전해진 것은 전쟁 발발 다음 날인 6월 26일이었다. 신문을 통해 들려오는 전쟁 소식에도 마을은 큰 동요 없이 일상을 이어나가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야 급박한 전황들에 한두 가정씩 피난길에 오른다. 집을 떠나 먼 인척뻘이 사는 욕각골로 피난을 나선 소년의 가족은 그곳에서 불안하고 불편한 일상과 마주치게 된다. 

이 회상기를 일관하고 있는 것은 소소한 세목의 압도적인 박진감이다. 국군 후퇴 전후한 민심의 추이, 돼지고기 풍년, 맥고모자와 고무신으로 하향 평준화된 거리, 제트기의 공포와 그 실체, 한밤의 적기가 노래와 행진, 폭격의 이모저모, 전쟁이 종결 단계라는 소문에 고개를 젓는 인민군 군관, 문 닫은 병원과 유행성 결막염, 수복 직전에 저들이 국도 연변의 산등성이에 파놓은 남향의 참호, 국군 수복 후의 사회상과 비명에 간 사람들 등 실제 경험한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6·25의 세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단한 기억력의 노비평가가 펼쳐 보이는 이런 세목과 일화들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소중한 사회 역사적 증언으로 승화되어 있다. 한 소년의 개인사나 가족사가 아니라 우리들 공통의 역사가 집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대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6·25의 한 모서리를 선연히 드러내고 있는데 이러한 개인적 기록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대 이해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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