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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 - 이보다 재미있는 '천문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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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 - 10점
이광식 지음/들메나무



나와 우주의 기원을 더듬는 시간!

“우주를 읽고 사색하다가 하룻밤 꼴깍 지새운다면, 

지구 위에 태어나서 그보다 아름다운 추억이 어디 있겠는가!”


저자의 천문.우주 기사가 게재될 때마다 종종 “감동적이다, 설레었다, 소름이 끼쳤다, 눈물이 났다” 등, 과학 기사에서 보기 드문 댓글들이 달린다. 경이로운 우주에 대해 신비를 넘어 감동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천문학 얘기들을 그만큼 호소력 있게 전달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우주를 왜 알아야 하는지, 우주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느낄 수 있는 몇 구절을 소개한다.



“천문학을 공부하고 우주를 사색하면 늘 생각이 가닿는 지점 한 곳이 있다. 이 영겁의 시간과 광막한 우주에 비한다면 사람은 참으로 찰나를 살다 간다는 생각이다. 인생은 길지 않다. 사람이 100년을 산다고 칠 때, 초로 환산하면 30억 초다. 애걔! 그것밖에 안 돼? 계산기 두드리면 금세 나온다. 더욱이 100년을 살기나 하나. 이것저것 빼고 나면 50% 정도일 것이다. 인생은 50% 세일이다. 그래서 15억 초. 지금 이 순간에도 째깍째깍 초들이 지나간다. 이게 15억 개가 지나면 한 인생이 대충 막을 내린다는 얘기다.”


“피 속의 철, 치아 속의 칼슘, DNA의 질소, 갑상선의 요오드 등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 하나하나는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졌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 폭발로 우주를 떠돌던 별의 물질들이 뭉쳐져 지구를 만들고, 이것을 재료 삼아 모든 생명체들과 인간을 만든 것이다. 우리 몸의 피 속에 있는 요오드, 철, 칼슘 등은 모두 별에서 온 것들이다. 이건 무슨 비유가 아니라 과학이고, 사실 그 자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버이 별에게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들인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메이드 인 스타(Made in stars)’인 셈이다. 멋지지 않은가? 이게 바로 별과 인간의 관계, 우주와 나의 관계인 것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2/3가 수소이며, 별과 행성 등 전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들의 90%가 수소다. 모든 수소는 빅뱅 때 만들어진 것이다. 우주에서 빅뱅 공간 외에는 수소가 만들어질 장소가 없다. 그리고 나머지 원소들은 별 속에서 만들어져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우주에 뿌려진 것이다. 이것이 수십억 년 우주를 떠돌다 지구에 흘러들었고, 마침내 나와 새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그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내가 듣는 것이다.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당신과 나 그리고 새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별들이 없었다면 인간은 이 우주에 존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주 공간을 떠도는 수소 원자 하나, 우리 몸속의 산소 원자 하나에도 100억 년 우주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먼지에서 태어나 찬연한 빛을 뿌리며 살다가 장엄하게 죽어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모든 별의 일생이다. 어떤 물리학자는 이러한 별의 일생을 다비 후 사리를 남기는 고승의 삶과 흡사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행성들 역시 태양과 같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되는데, 머나먼 미래에 태양 주변을 지나가는 항성의 중력으로 서서히 행성 궤도가 망가지고, 행성 중 일부는 파멸을 맞게 될 것이며, 나머지는 우주 공간으로 내팽개쳐질 것이다. 방대한 ‘태양왕조실록’ 속에 잠시 지구상에 생존했던 인류의 역사는 한 줄 정도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인류라는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한 행성에 나타나 잠시 문명을 일구고 우주를 사색하다가, 탐욕으로 자신들의 행성을 망가뜨리고는 멸망에 이르렀다”는 식으로.”


“오늘날 알려진 원자의 핵은 원자 질량의 99.98%이지만, 부피는 원자 부피의 1/1조 정도다. 그러니까 원자는 핵을 빼면 거의 빈 공간이며, 전자가 거대한 돔 성당 안의 파리 한 마리처럼 그 둘레를 빠르게 돌고 있을 뿐이다. 원자가 구성하고 있는 세계는 이처럼 거의가 빈 공간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이 맞았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신이 인간만을 위해서 우주를 만들었다면 공간을 너무 낭비한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과학자들은 “신이 원자를 만들면서 너무 공간을 낭비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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