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

그림 같은 여자 그림 보는 남자 - 서로를 안아주는 따스한 위로와 공감

반응형
SMALL

          


그림 같은 여자 그림 보는 남자 - 10점
유경희 지음/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주식회사)     




다정한 그림, 따스한 이야기, 그리고 인생

어 쩌 면, 당신에게 필요한 포근한 그림 하나 


그림이 당신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다 괜찮다고. 

당신이 느끼는 그 모든 감정은 

당신이 살아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라고.

_ 유경희


나도 오늘은 어딘가에 기대어 쉬고 싶다


결국 사람은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또 사람 덕분에 행복한 존재다. 아침에 눈을 떠서 만나는 가족, 연인부터 회사나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 동료, 상사, 선생님. 이처럼 많은 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계속 사랑받고 상처받는다. 아무것도 아닌 말이 비수처럼 꽂히기도 하고, 이전과 같지 않은 연인의 변심에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하는 직장이나 학교가 있는 경우 등 내색할 순 없지만 고통스러운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엉키고설킨 인간관계를 그림을 통해 풀어보고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그 이유는 예술이야말로 인간의 근원적 고통을 치유하는 하나의 실타래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소하고 비천하고 힘겹고 어렵고 짜증나고 분노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새삼스럽게 자신을 발견하게 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접점이 된다. 그럴 때 예술가의 인생과, 그들이 남긴 그림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다 괜찮다고. 그렇게 살아 숨 쉬는 한 당신은 오늘도 하루를 멋지게 보냈다고. 예술이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지라도 당신 곁에서 힘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된다고.

_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이처럼 남들에게 쉬이 말할 수 없었던 감정들을, 그림을 통해 치유하자고 넌지시 건넨다. 지금 연인의 마음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태풍이 분다면,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누군가의 스쳐 지나가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 같은 상황에 있었던 예술가들의 그림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림은 결국, 자기 치유의 과정이다


왜 우리는 그림을 보고 '좋다, 힐링이 된다'고 느끼는 것일까. 실은 그 그림 안에 화가의 인생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화가들은 대부분 소외되고 배재된 존재들이었다. 태어나서도 정식으로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부모의 이혼이나 불륜을 지켜봐야 했으며, 여러 원인으로 갈등을 겪었고, 이른 죽음을 경험해야 했다. 때로는 예술가 스스로 평생 고칠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안고 살았고, 사회에서 냉대받거나 배척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예술가들은 자신의 모든 약점을 그림에 담아내며 처절하게 살아남았다. 그들은 인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림을 그려냈다. 고통이야말로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근원이었다. 

예술가들은 사실, 상처와 위기에 아주 취약했다. 그들 앞에 놓인 배신, 가난, 죽음, 질병, 파산 등은 큰 상처를 남기곤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예술가들은 다시 분연히 일어나곤 했다. 끝까지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작품은 세대를 거친 명작으로 남았다. 깊은 상처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셈이다. 그 본성이 그림에 담겨 있기에 우리는 그림들을 보며 감동받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하며 웃기도 한다. 그림을 이해하는 건 머리에서 하는 일이고, 그 그림이 마음에 들어오는 건 가슴이 하는 일이다. 마음을 열고 보기만 하면 된다. 시간을 조금만 주면 된다. 


그림은 인생이다, 그리고 사랑이다

그렇게 그림이 당신을 위로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림을 인생으로 나눠 우리네 삶에서 큰 줄기를 이루는 사건들로 묶었다. 그 사건들은 총 다섯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우리를 살게 하는 ‘사랑’ 때로는 희망적이기도 가끔은 절망적이기도 한 ‘인생’ 당신의 지원군이기에 때로는 쓴 소리가 더 아픈 ‘가족’, 언젠가는 찾아오지만 그 순간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성공’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취향’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화가들의 주요 창작 모티프였던 ‘사랑’이다. 화가들은 사랑하는 연인을 화폭에 조각에 담아냈고, 그 사랑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지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이 다 다르듯 이들의 사랑도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자 다 달랐다.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또는 헤어지기 위해 그렸던 그림들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인간사와 나의 지금 상황을 접목시켜 느끼게 된다. 

두 번째로는 ‘인생’의 희노애락애오욕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화가들은 대부분 살아생전 가난했다. 그 가난은 생활능력이 부족해서일 때도 있었고, 가족의 무분별한 소비생활, 부모의 부양, 자녀의 양육, 가족의 죽음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림은 그 상황들을 그리스 신화, 성경 속 주인공들을 통해 비밀스럽게 담아냈다. 

세 번째로는 그 누구도 떨쳐내지도 극복하지도 못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들은 딸을 이해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고, 아들들은 아버지를 따르고자 했지만 그 역시 불화를 만들어낼 때가 많았다. 어머니는 때로 딸을 적대시했고, 아내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았음에도 평생을 소원하게 지내기도 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최초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그림에 그대로 투영된다. 

네 번째로 화가들 역시 세속적인 성공과 예술가로서의 성공을 동시에 누리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끔찍한 사고를 기회로 만든 사람도 있었으며, 뛰어난 제자(후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있었고, 자신의 능력을 시기 질투했던 이들에게 복수하기도 했다. 때로는 치졸했던 하지만 창의적인 복수가 그림에 담겨 있고, 자신보다 뛰어난 제자의 그림을 본인의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던 화가의 그림들이 꼭 우리네 인생 같다. 

마지막으로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취향을 들여다봤다. 어떤 이는 요리를 좋아했고, 또 다른 이는 독서나, 새로운 취향을 적극 받아들여 즐겼다. 지은이는 그림 보는 안목에 대한 얘기와 함께 자신 안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이런 다양한 마음을 모두 모아놓고 보니 고백을 통해 각자의 모습을 한 번 더 되돌아보는 계기를, 공감대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림은 강요하지 않는다. 넌지시 일러줄 뿐이다. 그래서 그림이 결국 우리를 위로하게 된다. 무한한 해석과 이해가 가능한 그 세상에서 당신도 위로받길 바란다고.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고. 그 세계 안에서 예술과 인생에 대해 생각보자고 말이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