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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책 깎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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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깎는 소년 - 10점
장은영 지음, 박지윤 그림/파란자전거

자랑스러운 우리의 기록 문화유산

조선의 독서 열풍을 몰고 온 방각본

방각본은 민간에서 판매를 위해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낸 책을 말한다. 방각본이 성행하기 전까지 ‘책’이라는 것은 국가에서 관장하는 것인 데다, 글을 모르는 일반 백성들은 접할 수도 읽기도 힘들었다. 국가 기관에서 만든 책은 주로 양반 계층을 위한 것이었지만, 방각본은 일반 백성들을 위한 것이었다. 방각본에는 한자로 된 책인 한문 방각본과 한글로 된 한글 방각본이 있는데, 한글 방각본은 대부분 한글 소설책이었다. 한글 소설의 유행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후에도 문자 생활의 중심은 여전히 한자였다. 그런데 한글 소설이 널리 퍼지면서 일반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을 배우게 되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글이 우리나라의 문자로 정착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일반 백성들의 삶에 녹아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방각본은 발간되는 지역마다 그 판본의 이름을 달리하여 성행하게 되었고, 책은 백성들의 삶 속에 파고들었다.

그중 전주의 완판본은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책을 발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03년부터 1937년까지 130여 년 동안 전주에서는 50여 종류의 고소설이 발간되었다. 이 책들은 남부 시장과 전주 천변 길목에 자리한 전국 최고 수준의 서포 거리에서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완판본은 서울의 경판본이나 대구의 달성본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흘림체가 아닌 정자체여서 아름다운 한글 교재 겸 소설이었고,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소리를 소설화하다보니 당대 사람들에 의해 계속 개작되어 백성의 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는 《열녀춘향수절가》라는 판소리계 소설은 조선 후기 평민들 삶의 모습과 양반에 대한 풍자를 함께 지니고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책 깎는 소년》은 과거 전주의 남밖장(현재의 남부시장)과 서포거리를 되살려, 그 당시 사람들의 삶과 완판본을 완성해 가는 각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속에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열두 살 소년이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내고 서민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책판을 완성하는 각수가 되겠다는 꿈,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소년들의 우정, 우리 기록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담고 있다. 이는 결코 녹록치 않는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어린이들이 주인공의 삶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갖고, 책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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