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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그리고 네게 편지를 쓴다 - 카프카의 투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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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게 편지를 쓴다 - 10점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옮김/솔출판사     

20세기의 대표적인 독일어권 산문 작가 카프카는 자신이 속한 모더니즘을 넘어서 현재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토론의 장에서도 중요한 고찰의 대상이다. 카프카는 유대인으로 당시 프라하의 사회적·정신적 상층 계급이었던 독일인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독일어 학교를 다닌 독일 문화 수용자였다. 종교적으로는 유대교나 기독교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으나 일반적인 유대 풍습을 알고 있었다. 히브리어는 말년에 배웠으며, 체코어는 현지어로 조금 알았으나(노동자재해보험공사 사장에게 체코어 편지를 보낼 때는 매제 요제프 다비트에게 부탁했다) 어디까지나 카프카의 언어는 독일어였다.
글쓰기는 작가 자신의 일생을 집중한 작업이었지만 현실적인 직업은 보험 회사의 법률 고문관이었다. 견문 넓히기와 휴양을 위한 몇 번의 여행 그리고 말년의 몇 년 간의 독립 생활을 보낸 베를린을 제외하고는 카프카는 '프라하'라는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다. 카프카는 "보헤미아의 고색창연한 수도 프라하가 그의 '어머니'"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흔히 카프카 작품은 난해하여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작품 세계를 기술하고 있는 언어는 단순 명료하다. 
다만 어떤 사실을 진술하는 데 쉽고 확고한 결론으로 고정시키지 못하고 끝없이 사유하는 불확실성 또는 주저 때문에 보통의 독자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단계를 뛰어넘어 인내와 애정이 있다면 두꺼운 무게의 껍질을 벗은 카프카 산문의 아주 순수하고 단순한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카프카가 살았던 세기 전환기의 유럽은 그야말로 정치적·정신적 혼돈기였다. 제국주의적 열강들의 팽창 정책으로 세력 균형은 깨지기 직전이었으며, 산업화와 기술의 혁신적 발전으로 삶의 사회적 조건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 속도와 반비례하듯 새로운 가치관은 아직 확립되지 못했기에 20세기 현대인들은 마치 '정신적 노숙자'로서 방황했다. 
이는 21세기의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전율·불안·소외·좌절을 의미하는 '카프카에스크kafkaesk'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다. 곧 카프카에스크는 불투명하고 의미 없는 운명에 어쩔 수 없이 내맡겨져 있는 상태에 대한 상념을 불러일으키며 테러·죄·절망뿐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무가치함과 무력함을 느끼게 만드는 관료주의적 조직 및 익명의 권력 구조에 의한 위협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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