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집살이 詩집살이 - ![]() 김막동 외 지음/북극곰 |
이것은 시집일 뿐 아니라, 아주 빼어난 시집이다!
곡성 할머니들이 삶의 애환을 노래한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가 도서출판 북극곰에서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제목 『시집살이 詩집살이』는 할머니들이 며느리로서 살아온 '시집살이'와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시작한 '詩집살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곡성의 아홉 시인들은 124편의 시를 통해 삶의 애환을 때론 담담하게, 때론 애절하게 노래하여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영광 시인은 할머니들의 시를 보고 '놀랍고 감동스럽다'며, 단순히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시 모음집이 아니라, 빼어난 시집이라고 극찬했다.
『시집살이 詩집살이』가 정식으로 출간되다
지난 1월 늦게 배운 한글로 시를 써서 문학상까지 받은 곡성 할머니들이 시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었다. 기사에는 시집이 출간된 것으로 나왔지만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정식으로 출판된 책이 아니라 문집형태였기 때문이다. 이제 곡성 할머니들이 삶의 애환을 노래한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가 도서출판 북극곰에서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제목 『시집살이 詩집살이』는 할머니들이 며느리로서 살아온 '시집살이'와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시작한 '詩집살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할머니들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한 '길작은도서관'
곡성 할머니들이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 덕분이다. 김선자 관장은 곡성교육지원청 순회사서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사는 서봉 마을에 '길작은도서관'을 열었고 곧 도서관은 마을의 사랑방이 되었다.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놀러 왔고 할머니들은 도서관의 책 정리를 도와주었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자꾸 책을 거꾸로 꽂았다. 잘못 꽂혔다고 말씀드리면 엉뚱한 책을 빼내기도 했다. 그렇게 김선자 관장은 할머니들이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 한글 교실을 열었다.
동시와 그림책을 보며 시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늦게 글을 배우니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일쑤였지만, 배우려는 열정만큼은 어린아이 못지않았다. 할머니들은 일하다가 생각나서 적어봤다며 이면지에 시를 써오기도 하고,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려오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고 나니 '눈을 뜬 것처럼 딴 세상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한글을 배우고 나니 상점 간판이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있어서 좋고, 전화도 스스로 번호를 누를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김선자 관장은 할머니들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한 것이다.
이것은 시집일 뿐 아니라, 아주 빼어난 시집이다
김선자 관장이 할머니들의 시집을 내고 싶다고 생각을 한 것은, 2013년에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상을 받고 나서부터였다. 할머니 몇 분의 시를 제출했는데 두 분 할머니의 시가 장려상을 받았던 것이다. 게다가 2015년에는 곡성 군민을 대상으로 한 곡성문학상에서 네 분의 할머니가 일반부로 응모해 장려상을 받았다.
북극곰이 『시집살이 詩집살이』를 출간하게 된 것도 할머니들의 시를 보고 감동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김선자 관장은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에게 추천사를 부탁했다. 할머니의 시는 이루리 작가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놀라게 하고, 눈물이 나게 했다. 할머니들의 시에는 문학적 소양이나 화려한 기교를 잊게 하는 진짜 감동이 있었던 것이다.
이영광 시인 역시 할머니들의 시를 보며 '놀랍고 감동스럽다'라며, 단순히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시 모음집이 아니라, 빼어난 시집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할머니들의 시를 보면서 시는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으며, 할머니들의 시집살이와 농사일로 버무려진 고단한 삶이 합쳐져, 눈물겨운 시의 꽃밭으로 피어났다고 평했다.
할머니들이 부르는 삶의 노래가 주는 치유와 위로
눈이 사뿐사뿐 오네 /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 사뿐사뿐 걸어오네.
-눈, 김점순
쇠 담뱃대를 밤새도록 땅땅 때리는 시할머니를 보면 시집살이의 고단함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을라치면 큰동서가 시집살이를 시킨다. 마실을 가려고 해도 시아버지 눈치를 봐가며 바느질거리를 들고 간다. 김점순 할머니 눈에 사뿐사뿐 오는 눈은, 시어른이 어려워 조심조심 다니는 며느리 같다.
늙은께 삐다구가 다 아픈지 / 한 발짝이라도 덜 걸어올라고 / 왈칵 밤이 내려와 앉는갑다.
-산중의 밤, 도귀례
할머니들은 새벽부터 밤이 내려오는 저녁까지 농사일을 한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산짐승이 내려와 곡식을 다 먹어버려 속상해도 어쩔 수 없이 온종일 일을 한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몸이 아파 농사짓기가 어려워져도, 자식들과 손자 손녀에게 주려고 고구마 농사를 짓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어두컴컴해진 길이 몸이 아파 한 발짝이라도 덜 걷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진다.
사박사박 / 장독에도 / 지붕에도 / 대나무에도 /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 잘 살았다 / 잘 견뎠다 / 사박사박
-눈, 윤금순
할머니들의 시는 '잘 살았다', '잘 견뎠다'라고 부르는 위로의 노래다. 할머니들처럼 시집살이나 농사일을 짓지 않은 이들에게도 할머니들의 위로는 유효하다. 오랜 세월 인고의 삶을 살아낸 할머니들이 부르는 '삶의 노래'는 많은 독자에게도 치유와 위로의 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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